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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한식이 가까워지기 어려운 문화적 이유와 음식의 벽

by 석호필즈 2025. 6. 6.

중동 음식 사진

한식이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확산률을 보인다. 그 배경에는 단순히 음식의 맛을 넘어서 문화적 요소, 종교, 조리법, 재료 사용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중동과 한식이 마주하는 거리감을 ‘문화 차이’, ‘양념 사용’, ‘음식의 익숙함’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찰한다. 음식은 단순한 소비 대상이 아니라 그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임을 전제로, 양 지역 간 소통의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음식에 담긴 문화, 그리고 간극의 시작

한식은 이제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잡채 등 다양한 전통 음식이 미국,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마트,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나 K팝과 같은 대중문화의 확산은 한식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흐름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식이 '이국적인 음식'으로 머물러 있으며, 현지인들에게 낯선 요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거리감은 단순히 음식의 맛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음식이라는 것은 그 사회의 종교, 문화, 정체성, 삶의 방식이 응축된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중동 지역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와 알코올은 종교적으로 금기시되며, 도축 방식이나 기도 과정이 포함된 ‘할랄’ 인증은 음식 소비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 된다. 반면 한식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두 문화권 사이의 음식적 거리감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또한, 음식의 조리 방식이나 향신료 사용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중동 음식은 강한 향신료와 허브의 조화, 느리게 익히는 전통 조리 방식이 중심이며, 이는 식사의 의미를 단순한 섭취 행위를 넘어선 ‘경건한 일상’으로 여기는 데서 기인한다. 반면 한식은 발효 식품을 기본으로 하여 조리 시간보다 ‘숙성’의 개념이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에서부터 서로 다른 이해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중동과 한식이 마주하는 음식적 거리감을 문화 차이, 양념 사용, 익숙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음식 비교를 넘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좁혀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한다.

 

낯선 맛보다 깊은 문화의 장벽

먼저 음식의 거리감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문화 차이’다. 중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중심의 가족 문화가 강하고, 식사 시간은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진다.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린 후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중동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반면 한국의 식문화는 공동체보다는 기능적이고 일상적인 요소에 더 무게를 두며, 빠르게 먹는 ‘혼밥 문화’가 대중화된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단순히 식습관을 넘어서 음식에 대한 ‘태도’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중동에서는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금기이므로 한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부 재료는 자동적으로 배제 대상이 된다. 삼겹살, 막걸리, 해장국 등은 자연스럽게 중동인들에게는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구분되며, 이는 한식을 온전히 경험하는 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재료의 사용도 한식의 확산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음식 재료에 대한 종교적 인증 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동 현지인 입장에서 한식을 신뢰하고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음식이 담고 있는 정서적 코드도 다르다. 한국 음식은 ‘집밥’, ‘어머니의 손맛’, ‘정(情)’이라는 감정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반면 중동에서는 음식이 ‘경건함’, ‘기도’, ‘공유’와 연결되어 있으며, 신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확장된다. 이러한 정서적 차이는 외국 음식에 대한 접근성과 심리적 거리감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한식이 ‘새롭고 신기한 음식’이 아닌 ‘나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고려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조금씩 좁혀지는 음식의 간극

중동과 한식 사이의 음식적 거리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문화와 종교, 삶의 방식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 문제는 단지 양념을 덜 쓰고, 메뉴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된다면 이 간극은 점차 좁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최근 들어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등의 도시에서는 K팝과 K드라마 열풍을 타고 한식당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를 찾는 중동 현지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불고기나 비빔밥처럼 비교적 중동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들은 인기리에 소개되고 있으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소고기와 닭고기로 대체하거나, 할랄 인증 재료를 활용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한식을 경험한 중동인들 중 일부는 발효 음식의 건강성이나 반찬의 다양성, 고추장과 같은 특유의 감칠맛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향은 낯설지만, 건강하고 신기한 맛이었다”고 표현하며, 반복적인 체험을 통해 익숙해진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첫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이다. 한식이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배려된 방식으로 소개된다면, 중동에서도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가치관이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SNS를 통한 글로벌 문화의 확산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있으며, 종교적 틀 안에서도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들에게 한식은 단지 외국 음식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창구’로 작용한다. 따라서 단순히 음식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철학, 조리법까지 함께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중동과 한식 사이의 거리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불가능한 벽은 아니다.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메뉴 조정, 종교적 기준을 반영한 재료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한식은 중동에서도 ‘익숙한 음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식이 세계로 향하는 여정에서 중동은 아직 낯선 길이지만,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중요한 길목임은 분명하다.